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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아문트 여러분들께 마지막으로 드리는 편지

이제 19살 되는 머리에 피도 안 마른 학생이 보잘것없는 필력으로 쓰는 글이지만

그만큼 제가 하고싶었던 말을 진심으로 담아 쓴 글이니 좀 길고 쓸데없는 이야기가 많아 일기장 같더라도 끝까지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원래 축구선수라고는 박지성밖에 모르던 축구에 대해서 완전히 문외한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해 마침 월드컵에서 두고두고 회자될 말도 안 되는 기적을 실시간으로 목격하면서, 축구에 대한 관심을 불태우게 되었죠.

저는 당시 첼시 소속이던 에당 아자르 선수의 스페셜 영상을 보고 첼시를 응원했었는데, 어떤 한국인 선수가 유스 출신으로 B팀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클럽에 대해 알아보게 되었으며, 한국인 선수 이강인이 뛰고 있는 그 팀은 바로 박쥐 군단 발렌시아였습니다. 그리고 이 팀에 대해 알아보면서 매력을 느끼고 빠져들게 되며, 그 해 가을 스스로 발렌시아의 팬이라고 칭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응원할 당시 발렌시아의 성적은 좋지 못했습니다. 챔피언스리그에서 조별 예선 탈락하여 유로파 리그로 내려앉았고, 리그에서 중위권을 간신히 유지하며 

좋지 못한 경기력으로 일관하고 있었죠. 하지만 18-19시즌 발렌시아는 국왕컵 우승과 함께 챔피언스리그에 또다시 진출하며 이제 막 팬이 된 저에게 응원하는 팀이 좋은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느끼게 해 주었고, 19-20 시즌에는 16강에 진출하며 발렌시아의 팬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자랑스럽게 여기게 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다시 미끄러져 시즌 10위를 기록하고, 그 다음 시즌인 20-21 시즌에는 팀의 헌신적인 주장 파레호와 함께 코클랭, 로드리고, 페란 토레스 등 수많은 선수를 팔아치운데다가, 페란 토레스는 이적하고 나서 말도 안 되는 개소리를 싸지르며 한국 라이트 팬들 사이에서 발렌시아의 이미지를 악마 구단으로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시즌 초반 프리킥 사건으로 발렌시아의 이미지는 완전히 나락으로 가 버렸구요. 학교에서는 발렌시아의 팬인 저에게 친구들이 온갖 조롱을 퍼 부었으며, 심지어 한 친구는 가야의 인스타를 태러한 것을 저에게 자랑하더군요. 팀의 성적도 그만큼 나락으로 치달았고, 이번 시즌 들어와서는 영입도 하고 조금 나아지겠구나 했더니 결국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더라구요.


팬이 되자마자 팀이 완전히 침몰한데다가, 몇 시즌 동안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걸 보고 저는 과연 이 팀에 내가 애정을 쏟을 필요가 있을까란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라치치의 인스타에 올라온 스토리를 보고, 그런 생각을 했던 것 자체에 엄청난 후회와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물론 팀의 성적은 예전의 명성은 온데간데없이 최악이고, 구단주놈의 막장 운영때문에 미래도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팀의 성골 유스 출신인 가야와 솔레르는 물론이고 임대생으로 온 우고 두로, 심지어 나오는 경기마다 푸짐하게 똥을 싸고 욕먹는 라치치마저도 그런 커다란 충성심을 보여주는 걸 보고 크게 감동받았거든요. 게다가 쿠만과 네빌 등 최악의 감독들이 팀을 말아먹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꿋꿋이 버텨 온 아뭉분들을 보면서, 서포터라고 하기에는 새내기에 불과한 제가 그런 생각을 하기에는 너무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리고 머리로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말로는 자랑스럽게 나 발렌시아의 팬이오 하고, 제가 며칠전에 올린 게시글처럼 팀의 경기력 때문에 화나 액정이 깨질 정도로 폰을 집어던지는 제 행동을 곱씹으며

내가 이 팀을 정말 많이 사랑하는구나, 그런 생각을 한 것 자체가 정말 부끄러운 거구나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말한 제목처럼 이 글은 제가 쓰는 마지막 편지입니다. 왜냐하면 지금은 굉장히 힘든 시기지만 저는 우리팀이 더 나아질 거라고 지금도 기대하고 있으며 그렇기에 이런 글도 더 이상 쓰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기 때문입니다.

혼자서라도 그런 생각을 한 거에 대해 정말 부끄럽고 죄송스럽게 여기며, 앞으로도 저는 발렌시아를 응원할 거 같습니다. 성인이 되서 대학을 다니고, 직장에 들어가고 결혼을 하고, 늙어 죽을 때까지도 저는 언제나 발렌시아의 팬으로써 응원을 할 거라고 굳게 다짐하고 싶네요.

앞으로 계속해서 팀의 좋지 않은 경기력 때문에 얼마나 많이 핸드폰을 던져도 상관없습니다. 저는 그저 이 팀을 응원하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했고, 앞으로도 너무 행복할 거 같습니다. 다른 팀을 응원하더라도 이만큼의 애정은 못 보일 것 같네요.

여러분들이 팀에 보여준 크나큰 애정을 저는 손톱의 때만도 못 보였으니, 앞으로 따라잡을 수 있게 열심히 노력해야겠습니다. 

페데 페데님 포함 13명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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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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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title: 2018 WC 호드리구 모레노OrangeFlame 2022.02.24. 02:06
이 곳에 오신 모든 분들 다 그저 같은 발렌시아 팬일 뿐일걸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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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 title: #LIMGOHOME가르손 2022.02.24. 02:22
같이 화이팅해서 응원합시다!!!좋은날이 오겠지요!!!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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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 El_Guaje 2022.02.24. 06:23
영복 강점기에서 벗어나 광복하는 날까지 기다려 봐요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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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LIMGOHOMEJulianna 2022.02.24. 13:54
El_Guaje
영복강점기…ㅋㅋㅋㅋ
댓글
title: #LIMGOHOME라치치 2022.02.24. 13:44
힘든시기에 팬이되시다니ㅠㅠ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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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글호글 2022.02.24. 21:04
이깟 공놀이가 뭐라고 사람 맘을 들었다놨다 하네요 ㅎㅎ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
댓글
title: 2010 WC 박지성지요 2022.02.26. 10:07
다음 편지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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