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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시아 CF의 역사

 

11. 영광을 재현한 2000년대

 

 2001~2004 년의 세 시즌은 클럽 역사에서도 손꼽히는 영광스러운 순간들이었다. 2004년 구단 창립 85년을 맞이한 발렌시아CF는 두 번의 리가 우승 외에도 UEFA컵과 UEFA슈퍼컵을 차지하는 등 쾌거를 이뤘다. 또한 두 시즌 연속 챔피언스 리그 결승에 오르며 클럽의 역사를 새로 썼다. 거대 자본과 억만대의 몸값을 가진 선수들의 출현에도 불구하고, 클럽은 그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최상의 전술과 견고한 스쿼드, 선수들의 자신감, 그리고 하이메 오르티의 현명한 클럽 경영이 21세기 유럽 최고의 클럽 중 하나인 발렌시아CF를 만든 것이다.

 

 2001/02시즌, 31년간의 기다림을 깨고 발렌시아CF는 드디어 리가 정상에 올라선다. 테네리페에서 온 감독 라파 베니테스와 마르체나, 미스타, 쿠로 토레스, 루페테, 데 로스 산토스, 살바를 비롯한 선수들의 조화가 이루어낸 결과였다. 첫 경기에서 보여준 환상적인 모습만큼, 클럽은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강력한 우승 후보로 기대를 모으고 있었다. 발렌시아CF는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거둔 첫 승리를 시작으로, 11연승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기 시작한다. 이것은 그들이 마지막으로 우승했던 1970/71시즌에 세운 기록을 뛰어 넘는 것으로, 미리 우승을 점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우승으로 가는 길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데포르티보를 상대로 패배를 맛본 팀은 그 다음 경기였던 에스파뇰전에서 무조건 이겨야만 하는 책임을 안게 되었다. 전반전, 팀은 상대에게 2골을 허용했지만, 후반전에 들어서자 전세는 반대로 기울어 결국 경기는 발렌시아의 3-2 승리로 끝이 난다. 집중력과 끈기로 얻은 이 승리는 최종적으로 발렌시아CF의 리가 우승을 돕는 푯대 역할을 하게 된다. 시즌 후반은 더욱 극적이었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의 0-1 패배로 베니테스의 발렌시아CF는 약간 주춤하는 듯 했으나 다음 여섯 경기에서 4승 2무라는 전적을 거두며 비판의 목소리들을 잠재웠다. 라스 팔마스, 빌바오, 사라고사, 그리고 강적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연승을 일궈낸 선수들은 모두 승리를 향한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또 하나의 중요한 경기였던 에스파뇰 전에서, 발렌시아CF는 카르보니의 퇴장과 선제골 허용으로 뒤쳐졌었지만, 바라하가 2골을 몰아 넣으며 승리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반면, 정상 자리를 함께 다투던 레알 마드리드는 같은 날 아노에타에게 패하며 우승 싸움에서 3점 차이로 뒤쳐지게 된다.

 

 그렇게 2001/02 시즌은 라 로살레다 스타디움에서 발렌시아CF가 리가 정상에 오르며 끝난다. 2002년 5월 5일 베날마에나에서 선수들은 행복감에 도취된 채로 시즌의 끝을 맞이한다. 승리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 단지 기대에 머무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사실로 실현되었던 것이다. 승부가 결정되는 데에는 그다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발렌시아CF는 일찌감치 터진 아얄라의 선제골로 승리의 기운을 이어가, 마침내 31년 동안 기다려온 리가 우승을 거머쥐었다.

 

 말라가의 경기장은 감동의 물결로 넘실대고 있었다. 팬들은 그들의 영웅들에게 끝없는 찬사를 보냈고, 안달루시아 전 지역에서 터지는 폭죽 소리와, 흑백의 깃발들, 그리고 발렌시아CF의 깃발이 하늘을 수 놓았다. 수백 수천의 발렌시아니스타들은 모두 그들이 이 전에 한번도 누려본 적 없는 기쁨을 만끽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축제의 기분을 즐기고 있었고, 심지어 많은 원정 팬들은 서둘러 비행기를 타고 먼저 발렌시아로 돌아와 선수들이 타고 오는 1시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기도 했다. 비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자랑스러운 선수들을 열광적으로 환호했다. 시청과 성당, 그리고 여러 건물들이 검정과 흰색으로 장식 됐다. 그러나 퍼레이드의 절정은 메스타야 경기장에서였다. 팬들의 열화와 같은 환호 속에, 선수들은 일평생 결코 잊을 수 없는 순간을 만끽했다.

 

 그러나 리가 우승은 2002/03시즌 발렌시아CF에게 씁쓸한 결과를 가져다 준다. 발렌시아CF는 스태프나 선수단에 별다른 변화 없이 그대로 팀을 꾸렸고, 우선 목표를 챔피언스 리그로 정한 채 새로운 시즌을 맞이한다. 리가 초반, 모든 일은 순조롭게 풀려가는 듯 했다. 아우렐리오의 골로 시작 여덟 경기에서 5승 3무를 거두며 만족스러운 성과를 낸 발렌시아는 이렇게 리가 테이블 최고의 성적으로 상반기를 마무리 짓는다. 그러나 시즌이 후반기로 접어들자 팀은 흔들리기 시작했고, 이것은 클럽의 미래에 대한 적색 신호이기도 했다.

 

 성공적이지 못한 시즌을 보낸 발렌시아CF에게 다음 2003/04시즌은 일종의 풀어야 할 과제였다. 발렌시아CF는 전 시즌 챔피언스 리그에서 형편없는 성적을 거두었고, 다시 UEFA컵에 출전해야 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의 실패는 팀에게 다시금 승리를 향한 열정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었고, 또 한번 발렌시아CF는 기적 같은 시즌을 맞이한다. 레알 마드리드에게 비긴 후, 발렌시아CF는 레알 마드리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말라가, 오사수나, 바르셀로나 그리고 에스파뇰이라는 강적들을 상대로 6연승을 거두며 역사상 최고의 개막성적을 기록한다. 승점 77점, 23승, 다른 어느 팀보다도 많은 승리. 통산 71골로 가장 많은 득점(클럽 역사상 가장 많은 득점 중 하나이기도 함), 가장 적은 27실점 등 발렌시아CF는 2003/04 시즌 새로운 기록들을 갱신해 나갔다. 세계 최고의 클럽 중 하나라는 찬사를 들으며, 발렌시아CF는 또 한번 리가 우승의 영광을 누리게 된다. 또 한번 발렌시아의 거리는 주황색으로 물들었다. 수십만의 인파는 길거리를 수 놓았고, 선수들은 시청 발코니에서 팬들을 만나며 환상적인 시간을 가졌다.

 

 리그 제패를 향해 조금씩 전진하고 있을 무렵, 다른 한 편으로 UEFA컵 역시 진행되고 있었다. 예선 첫 경기에서 팀은 스웨덴의 AIK Solna와 맞붙게 되었다. 시즌을 막 시작한 터라 체력이 충만한 스웨덴 선수들 때문에 예상했던 것보다는 고전하지만 홈과 원정을 모두 1-0으로 이기며 다음 라운드로 진출한다. 팀은 다음 대전 상대인 이스라엘의 마카피 하이파에게 홈에서 0-0으로 비기며 팬들을 걱정시켰다. 게다가 이스라엘 국내의 치안 상황이 다음 원정 경기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 UEFA 결정에 따라 다음 경기는 중립 지역인 로테르담에서 치러졌고, 발렌시아CF는 4-0 승리를 거두며 국제 무대에서 한 걸음 더 전진한다. 3라운드 상대는 베식타스로, 발렌시아가 UEFA컵에서 처음 상대한 터키 팀이기도 했다. 원정에서 2-3으로 졌기 때문에 우려했지만, 메스타야에서는 2-0 승리를 얻었다.

 

 16강전에서 발렌시아는 또 한번 터키 팀과 만난다. Genglerbirligi는 파르마, 리스본, 그리고 블랙번 로버스를 모두 이긴 저력을 가지고 있었다. 한편 5월 11일, 테러로 인해 마드리드에서 200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일이 생기고, UEFA본부는 그에 따른 경기 중단을 검토하기도 했으나 그대로 진행시키는 쪽을 택한다. 발렌시아CF는 홈경기에서 0-1으로 패하고, 원정 게임에 승부를 건다. 연장전반 5분 비센테가 UEFA 첫 실버골을 기록하며 최종적인 경기는 2-0 승리로 끝난다. 결승까지는 5경기만이 남은 가운데, 다음으로 맞설 팀은 보르도로 정해졌다. 경기가 치러진 4월에는 이미 팀이 누구도 꺾기 어려운 최상의 폼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발렌시아CF의 승리는 예정된 것이었다. 발렌시아CF는 두 경기 모두 2-1 승리를 거두며 준결승에 진출한다. 며칠 후 준결승에서 만나게 된 팀은 다름 아닌 비야레알. 발렌시아를 연고로 두고 있는 두 팀의 경기에 사람들은 ‘유로 더비’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당연하게도 두 팀간의 준결승전은 지금까지의 경기 중 가장 흥분되는 경기였다. 엘 마드리갈에서 펼쳐진 첫 경기는 0-0으로 비겼지만 발렌시아CF의 우세였고, 두 팀은 다시금 메스타야에서의 공정한 경기를 약속하며 헤어졌다. 비록 적이었지만, 양 팀에게서는 마치 형제와도 같은 느낌이 풍기고 있었다. 물론 메스타야에서의 2차전도 매우 팽팽했다. 비슷한 점유율을 가진 두 팀이 부딪히자 정신력 싸움이 되었다. 미스타가 패널티킥을 성공시키며 발렌시아CF의 선제골을 넣었고, 비야레알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끊임없이 만회 골을 넣으려 애를 썼지만 발렌시아CF 수비진의 활약으로 경기는 1-0으로 종료되었다. 결전의 장소인 예테보리에서 어떤 결과가 생기든 간에, 팀은 이미 최고로 빛나는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만약 UEFA컵까지 제패한다면 이 시즌을 더욱 완벽하게 만드는 것일 뿐이었다. 발렌시아CF는 승리를 위하여, 그리고 파리와 밀란에서의 빚을 갚기 위하여 경기장으로 향한다. 그리고 5월 20일,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사람들은 클럽의 역사가 또 한 장 새로 쓰여지는 것을 직접 목격하게 된다. 발렌시아CF는 견고한 경기력을 보여줬고, 특히 미스타와 비센테가 합작한 환상적인 골은 관중들에게 전율을 느끼게 해주었다. 결국 발렌시아CF는 마르세유를 제압하고 UEFA컵의 주인공이 되었다. 80년 UEFA 슈퍼컵 이후 복귀한 유럽 최고의 자리였다. 이 승리로 발렌시아CF는 역사상 첫 더블을 기록하게 된다.

 

 국내 리그 우승, UEFA컵 우승에 이어 발렌시아CF는 2004년 8월 27일 모나코에서 열린 UEFA 슈퍼컵 우승을 거머쥐며, 클럽 역사상 가장 많은 타이틀을 획득했다. 또한 발렌시아CF는 2005년 1 월 11일, 세계 최우수 팀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발렌시아CF의 최근 우승은 07/08시즌 스페인 코파 델 레이다. 레알 우니온, 베티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차례로 꺾고 준결승전에서 만난 바르셀로나까지 3-2로 물리치며 결승에 진출했다. 비센테 칼데론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발렌시아CF는 경기 시작 10분만에 알렉시스와 마타의 골로 앞서나가기 시작했고, 종료 7분을 남겨둔 상태에서 모리엔테스가 추가골까지 성공시키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서포터들은 오래간만의 기쁨을 함께 나누며 코파 델 레이 우승을 자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