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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스압, 데이터주의)홍콩에서 살아남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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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 : 홍콩에서 살아남기1 https://amunt.kr/freeboard/459949

 

1편에서는 제가 홍콩에 도착해서 첫 숙소를 잡기까지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홍콩에 도착한 다음 날 아침에, 학교 인사과에 들러서 '오늘부터 여기서 일 시작할게요'라고 신고하러 갔습니다.

 

생각보다 홍콩 날씨가 많이 따뜻해서 놀랐어요. 한낮에 기온이 25℃를 넘나 드는데 한국이랑 차이가 많이 나더라구요.

지난 주중에 2~3일 잠깐 기온이 떨어졌었는데 그래봤자 아침 기온 9℃ 까지밖에 안 떨어졌습니다..

 

 

 

샴슈이포에 있는 홍콩 정부 청사에서 신분증 발급 신청을 하고 나와서 길을 헤매다가,

창샤완 역 출입구 앞에 꽃나무가 한 그루 있길래 찍은 사진입니다.

 

정부청사에서 일을 보고 나오니까 입구와 출구가 서로 달라서 헷갈렸었는데,

결국 제가 가야하는 길과 반대로 걸어나갔었어요.

 

지하철 표지판만 따라가다가, 결국 지하철역 한 정거장을 거슬러 올라갔었습니다.

표지판도 바로 가까운 역이 아니라 한 정거장 떨어진 역을 가리키고 있을 줄이야..

 

이 날, 학교에서 일처리가 늦어져서 답답하게 시간만 보내느라 힘들었었거든요.

그래서 길을 헤매는 걸 알고는 있었어도, 무작정 걸으면서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답답한 마음을 풀었습니다.

 

박사 과정에 지원을 하려고 보니, 학교에서 제 연구원 신분으로 발급한 ID를 가지고 로그인을 해야하는데요.

학교에서 발급해 준 ID를 전산망에 등록하는 과정에서 제가 패스워드를 설정했는데,

수십번을 넘도록 로그인을 해도 "계정 정보가 없습니다" 라는 메세지가 계속 떴었거든요.

행여나, 제가 패스워드를 잘못 설정했나 싶어서 여기저기 물어보려고 해도 점심 시간이라 직원들이 없어서

ID는 포기하고 신분증을 만들러 갔었어요.

 

다녀와서 무심코 로그인을 해보니, 로그인이 아무렇지 않게 잘 되는 겁니다..

연구실 동료들한테 물어보니까 원래 여기서는 일 처리가 느리다고 하더라구요.

홍콩에서는 우리나라랑 다르게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심지어, 항셍 은행에서 은행 계좌 만들 때는 일 주일 넘게 기다렸더랬죠..

아무런 설명도 없이 그냥 일 주일 뒤에 오라고 하길래 갔더니만, 또 무작정 기다리라고 하길래

양해를 구하는 것까지는 안 바래도 뭔가 이유라도 알려주고 기다리라고 해야 저도 납득을 하는데..

그런 거 없이 다짜고자 기다리라고만 하니까 이 때는 한 번 화를 내기도 했어요.

물론, 창구 직원에게 돌아온 대답도 '그냥 기다려주세요.(Just wait, please.)' 였습니다..

 

 

 

홍콩에서는 크리스마스도 명절 중 하나여서 이를 한 달 앞으로 남겨두고, 여기저기서 장식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지하철역과 학교가 페스티발워크(Festival Walk)라는 백화점하고 연결이 돼 있어서 매일 여기를 지나는데,

가는 길에 에펠탑 비슷한 조형물을 세워놨더라구요. 여기를 지나는 많은 사람들이 이 탑을 배경으로 많이 찍습니다.

 

홍콩이 워낙 따뜻해서, 여기저기 크리스마스 장식들을 해놓은 게 아니었다면 지금이 11월~12월인지도 몰랐을 거에요.

 

저는 홍콩에 도착하기 전부터, Easyroommate.com이라는 사이트에서 제가 머무를 수 있는 방을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인터넷으로만 방을 보고 결정하기는 싫어서, 그 동안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월세로 내놓은 방들을 10개 정도 찍어뒀었어요.

 

사이트를 통해서 10군데 모두 방 주인에게 문의를 해 놨는데, 제가 숙소에서 체크아웃을 한 24일까지 답장이 하나도 안 왔습니다.

 

다른 숙소를 잡자니, 주말이라서 대부분 가격이 1.5~2배가 돼 버렸고

그나마 제가 부담할 수 있는 숙박비 선에서는 거의 모든 방들이 예약으로 꽉 차 있었어요.

 

별 수 없이, 방을 구할 때까지는 학교에서 노숙을 시작했습니다.

연구실에서 의자를 세 개 붙여놓고 머리, 허리, 다리를 얹어서 쪽잠을 자면서 버텼습니다.

그리고 무조건 5일 안에 방을 구한다는 생각으로, Easyroommate.com에 돈을 내고 5일간 유료회원으로 전환을 했습니다.

다행히 식사는 학교 안에 있는 학생식당에서 해결했습니다만, 씻는 게 문제였어요.

샤워실이 모두 수영장과 헬스장 안에만 있어서 이를 이용하지 않으면 샤워실도 못 가는 상황이었습니다.

헬스장을 이용하려면, 학교에서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안전 교육을 4시간 동안 받아야했구요.

 

이 때, 연구실에서 잠을 자는 저를 안타까워 한 친구들이 지인들에게서 남는 방을 알아봐줘서 참 고마웠습니다.

같은 과 친구들이 학교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있는 방을 하나 소개해 줬고, 일요일에 이 방을 보러 갔어요.

 

 

 

소개받은 방은 제가 있는 학교에서 지하철로 3정거장 떨어진 몽콕역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일단 몽콕역에 내리니, 머물 곳이 없는 분들이 지하철역 입구 주변에 돗자리를 깔고 지내는 모습이 보였어요.

대부분 가사도우미 일을 하시는 필리핀 출신 이주노동자들이라는데, 여기서 노숙을 한다니 마음이 씁슬했습니다.

 

방을 보러 가는 길에, 레고에서만 볼 수 있었던 Shell 마크가 보이길래 반가운 마음에 사진으로 담아봤습니다.

 

 

  

홍콩이 인천 정도 되는 넓이에 인구가 무려 700만 명이 넘는 곳이라,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건물들도 좁고 높습니다.

아래 보이는 건 마을 버스 정도 되는 16인승 버스입니다. 2층 버스들은 좀 더 운행 구간이 긴 것 같아요.

 

 

 

몽콕역에서 10분 정도 걸어가서 제가 보기로 한 방이 있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사진 왼쪽에 큰 건물에 제가 보러 간 방이 있는데, 재미있게도 건물 1층에 Royal Jockey Club이라는 경마장이 있더라구요.

어르신들이 경마 정보지를 열심히 보시면서 길가에서 담배를 뻐끔뻐끔 피우시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제가 보러가는 방 바로 아래라서, '담배 연기 때문에 창문은 못 열고 살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독특하게도, 작은 거실이 딸린 방이었습니다.

원래 가정집으로 만든 공간 안에 칸막이를 세워두고 개조를 한 것 같습니다.

옷장도 있고 쇼파에 TV까지 있으니 꽤 좋은 것 같았는데...

 

 

 

막상 방에 들어가 보니까 침대도 제 키보다 짧고, 홍콩이 여름에 엄청 습하고 더운데 이 방에는 에어컨 바람도 안 들어오는 걸 보고

계약을 안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월세도 5,000 홍콩달러 = 우리 돈으로 70만원 정도라서 많이 부담스러웠구요.

 

이제 슬슬 밀린 빨래도 하고 싶고.. 샤워도 꼭 해야하는데.. 방을 내놓은 곳에서 아직 연락을 못 받아서, 슬슬 초조해졌습니다.

이런 저를 보는 주위 동료들이 느끼는 안타까움도 더해가는 게 느껴지고..

제발 월요일에는 방을 좀 구했으면.. 하고 있는데!! 제가 찍어둔 한 곳에서 연락을 받습니다.

공교롭게도 제가 길을 잃고 헤매던 그 동네.. 샴슈이포에서 정부청사와 경찰서를 마주 보고 있는 그 건물에서요.

 

 

 

애플 돔(Apple Dorm)이라고, 기숙사 비슷한 곳인데 방은 좁아도 가격이 싼 편인 방입니다.

사이트에서는 월세가 3,000 홍콩달러였는데, 그 방은 침대가 바닥에 있어서 방에 공간이 좁구요.

이 방은 침대가 2층에 올라가 있는 대신에 월세가 좀 더 비쌉니다. (3,800 홍콩달러 = 약 54만원)

대신에 침대 아래 공간을 쓸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침대로는 문 뒤에 세워져 있는 사다리를 올라갑니다.

침대 아래 공간이 있어서 공부도 할 수 있고 물건들도 놓기 편하지만..

매일 아침마다 한 번씩 천장에 머리를 박기도 하고, 침대에서 몸을 뒤척이면 삐걱삐걱하는 소리가 나서

침대가 무너지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방을 구하자 마자 밀린 샤워와 빨래를 할 수 있어서 정말정말 좋았어요.

 

최소 6개월 동안 살 수 있는 방을 구했으니, 일단 저는 낯선 홍콩에서 살아남은 것 같습니다.

살아남았으니, 다음 편부터는 살아가는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리빙스턴 리빙스턴님 포함 5명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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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1등 코카콜라 2017.12.26. 00:57
볼 때 마다 멋지십니다 ㄷㄷ 타국에서 고생 많으시네요.. 박사 학위 꼭 따시길 기원합니당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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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 미샤 2017.12.26. 07:00
홍콩은 이상하게 사진에서 여유로움이 느껴져서 좋군요 ㅋㅋㅋㅋㅋ 홍콩가서 첨부터 이것저것 신경쓸게 많으셨을텐데 고생하셨어요. 집구하는 이야기는 정말 눈물없인 읽을수 없는... ㅠㅠㅠㅠ
타지에 여행을 가도 일이 잘 안풀리면 이곳이 나를 반겨주지 않는구나 생각을 하게 되잖아요... 집 구하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처음에 고생하셨으니 앞으론 좋은일만 있을거에요~~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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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농후계자 2017.12.26. 15:06
와....홍콩도 정말 집구하기가 장난아니겠네요.,...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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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LIMGOHOME알비올 2017.12.26. 21:27
방 아담하네요. 홍콩에서 고생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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