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쇠화의 바라하. 그의 존재이유
- 칼카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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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3.25. 20:03
루벤 바라하. 발렌시아의 중원에서 알벨다와 함께 A-B라인으로 리가 우승, 웨파컵 우승등 발렌시아의 영광의 순간을 이끈
미드필더의 표본과 같은 선수. 수비면 수비. 패스면 패스. 슛이면 슛. 어느것하나 부족함없는 완벽한 선수로 한때 팀내
최다득점까지 할 정도로 공수양면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준 그이지만. 06/07시즌 즈음하여 잔부상에 시달리기 시작하면서 그의
노쇠화는 너무나 급작스럽게 시작되었다.
06/07시즌 겨우 12경기 출전에 그친 바라하. 이후에도 잔부상에 시달리며 주전보단 교체멤버, 주전의 부상시 그 자리를
메우는 역할을 주로 담당하게 되었고, 이번시즌엔 겨우 8경기 출전에 그치고 있는 상황. 이번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바라하는 출전시간 부족에 불만을 가지고 있으며 팀도 재계약에 대한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않고있다.
이쯤되면 바라하는 어쩔 수 없는 시간의 흐름속에 팀의 역사속 인물 중 하나로 사라져갈 운명에 놓여있는 것 같지만 결국
그의 진가는 본인 스스로 증명해버렸다. 바로 선수들의 줄부상과 줄징계로 인해 수비와 미들진에 큰 공백이 생긴 시점에서다.
발렌시아는 현재 왼쪽수비수 제레미 마티유가 시즌아웃. 다비드 나바로와 브루노, 알렉시스가 잔부상에 시달리고 있으며
미구엘이 말라가전에서 다시 부상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마르체나는 징계로 한동안 출전하지 못한 상태이며 알벨다역시 부상을 당한
상황. 이로 인해 왼쪽공격수인 알바가 계속해서 왼쪽풀백으로 출전중에 있으며 알메리아전에서는 마누엘 페르난데스가 중앙수비로
출전하는 등 수비진의 계속되는 공백. 이로 인한 미드필더진의 수비가담. 자연스레 미드필더진 역시 선발운영에 무리를 주는 상황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자연스레 많은 출전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던 바라하, 마누엘 페르난데스가 출전시간을 늘려나가는
중에 있으며, 이중 바라하는 주전 선수들의 공백을 잊게할만큼 뛰어난 활약을 해주고 있다.
바라하가 현재 담당하고 있는 역할은 알벨다, 마르체나가 담당하던 수비형 미드필더이다. 사실 이 포지션은 발렌시아 전술의
핵심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상당히 중요한 포지션이다. 이 포지션에 있는 선수의 활약에 따라 팀이 중원을 장악하고 쉽게
공격전개가 가능할 것인지. 계속해서 상대에게 볼을 내줘 위기상황을 겪을 것인지를 결정짓는 자리이기 때문이다.(지난 바르셀로나
전에서. 알벨다가 있던 전반의 발렌시아와 부상으로 알벨다가 떠난 후반의 발렌시아는 너무나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고, 무실점이던
전반과 달리 후반에는 3골이나 내주며 무너졌다.)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발렌시아의 중심은 알벨다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현재 가장
빨리 해결해야 할 포지션이 바로 알벨다의 후계자라고 생각한다.
어쨌건, 이런 포지션을 바라하가 수행한다는점은 조금 불안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바라하 역시 알벨다와 파트너를
이뤄 알벨다와는 다른 역할을 수행해왔고, 에메리 뿐만 아니라 이전 감독인 키케 조차도 알벨다의 공백시 수비수인 마르체나를 미들로
올려 공백을 메우려 했을 만큼 수비적인 롤 수행이 중요한 포지션이다. 바라하가 수비적인 능력이 좋다는 것은 중앙미드필더 치곤
좋다는 것이지 알벨다 만큼 좋다는 말은 아니다. 거기다 노쇠화를 겪으며 예전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이 사실인 바라하이기에
바라하에게 이 롤을 맡긴다는 건 불안함을 주기 충분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수비진까지 구멍이 난 상황에서 바라하 외에
딱히 투입할 자원이 없는데.
하지만 바라하는 이러한 불안을 그의 실력으로 종식시켰다. 알벨다와 같은 수비력을 통한 중원장악은 하지 못하지만 확실한 볼키핑과 안정적인 패스로 공의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자신만의 방법을 통해서 말이다.
이번 말라가전을 통한 바라하의 플레이를 살펴보면, 바라하가 수행하는 역할은 바로 미드필더에서 공을 확실하게 소유하는
것이다. 수비라인을 끌어올리고 공수간격을 좁힌 상태에서 볼점유율을 가져옴으로 경기에 우위를 점하는 에메리식 축구에서 공을
소유한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전술적 요소다. 바라하는 최우선으로 후방에 위치하여 수비에서 앞으로 전개되는 공을 소유하면
무엇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플레이를 한다. 무리한 돌파도, 무모한 전진패스도 감행하지 않는다. 공을 빼앗기지 않을 확실한
상황에서만 드리블을 하고 상대방에 절대 빼앗을 수 없는 곳으로만 패스를 한다. 그 방향이 전방이든 후방이든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일단 공을 계속 소유한다는게 중요한 것이다.
이런 개념이 가능한 것은 바라하가 공을 받을 때 공을 확실한 자신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후 공을 받고 나서 다음을 생각하지 않고
공을 자신의 발에 가져오기 전에 자신의 주위와 동료들의 위치를 확인하고 나서 공을 잡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동들 때문에 바라하는
공을 잡은 후 자신에게 들어오는 압박수비에도 여유있게 공을 소유하고 동료에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공격수들에게 좀더 결정적인
패스를 줄 수 있는 선수는 자신이 아니더라도 바네가, 실바와 같은 선수가 있고, 미구엘, 알바처럼 수비에서 공격으로 공을
소유하고 전달할 수 있는 사이드 자원이 있기 때문에 자신이 무리해서 공격전개에 나설 필요가 없는 것도 충분히 인지하고 자신은 볼
소유에 더 신경을 쓰는 것이다. 이러한 바라하의 안정적인 움직임은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대부분의 패스를 성공시켰다(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확실히 드러나며, 이러한 바라하의 공로는 경기에서 비록 스코어는 1:0에 불과했지만 발렌시아가 64%의
볼점유율이라는 압도적인 볼점유를 할 수 있는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볼 소유뿐 아니라 바라하는 후방에서 좌우로 벌려주거나 전방으로 한번에 보내는 패스역시 여전히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시즌을 통해 발렌시아의 패서는 바네가. 라는 인식이 심어졌겠지만 안정적인 패스는 오히려 바네가보다 바라하가
한수위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실제로 바라하는 많은 출전은 하지 않았음에도 출전한 경기에서만큼은 경기결과에 상관없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바라하의 진가는 비록 시간의 흐름속에 몸은 늙고 기량은 떨어지기 시작해도 반대로 더욱 깊어진 경험과 노련함을 통해 자신이
해야할 롤을 정확히 이해하고 다른 동료를 이용할 줄 아는 영리한 플레이로 단점을 커버해나가는 것이다. 오늘 새벽 말라가전에서
최우수 선수를 뽑으라면 주저없이 난 바라하를 선택할 것이다.
선수영입을 위해 많은 돈을 투자할 수 없는 발렌시아. 마누엘 페르난데스와 바네가라는 뛰어난 영건들이 있지만 최근 바라하가
보여준 그의 진가를 보고 있자면 다음 시즌에도 역시 바라하는 발렌시아니스타로 뛰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한동안
기량이 떨어지고 짜증과 고집만 늘어난 영감으로 치부했던 나의 모습을 반성한다.
05/06시즌부터 노쇠화가 완연하게 진행되었고 에두(-_-)가 나름대로 공백을 잘 메꿨으나 에두도 계속 부상으로 드러누우면서 발렌시아의 중원 잔혹사가 시작되었지요. 알벨다-마르체나 라인부터 시작해서 심지어 알비올이 알벨다와 파트너로 서는 꼴까지 봤으니...
바라하옹이 사실 지금 바네가가 맡고 있는 공수 연결고리 포지션에서는 05/06시즌 이후 거의 만족할만 한 경기력을 보여준 적이 없습니다만, 팀이 위기상황에 처했을 때 갑자기 수비적인 롤을 맡아서 잘 해주시니 이래저래 놀라울 따름입니다. 다만 재계약은 좀 주저되네요. 노장이다보니 주급이 적은 것도 아니고, 계속해서 수비적인 롤을 잘 해줄거라고 보장할 수는 없어보입니다. 무엇보다도 05/06 시즌 이후 만족할만 한 경기력을 보여준 적이 거의 없다보니 아무래도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네요.
물론 이건 ㅋㅁ 시기의 파벌싸움때 바라하옹에게 좀 실망했던 앙금이 남아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최근 바라하 정말 잘하고 있죠. 올 시즌 들어서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