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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축구이야기

발렌시아 : 스스로의 성공에 갇혀버린 죄수들

가디언지에 3월12일에 올라온 시드로의 칼럼입니다. 이미 읽어보신분들도 있겠지만 요즘 발렌시아 상황에 잘 맞는 칼럼인거같아 옮겨봅니다.


http://www.guardian.co.uk/football/blog/2012/mar/12/valencia-prisoners-of-their-succ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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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마요르카전의 아두리츠




역시나 모든게 잘 되어가고 있었다. 


목요일밤, (3월8일 PSV전) 그들은 60분이 지나기 전 4-0으로 리드하고 있었다. 


4일뒤(마요르카전), 그들은 전반전에만 실점없이 2골을 넣었다. 


하지만 목요일 경기는 야유로 끝났고, 일요일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일주일은 휘파람과 하얀 손수건과 함께 끝났다.


기자회견실에서 사람들은 30분, 45분, 60분을 걱정하면서 기다렸다.


마침내 에메리감독이 나타났을때 기자들은 그가 어디있었는지 물었을 때, 에메리는 해명을 요구하는 회장을 만나고 왔다고 했다. 


'이것'은 계속될수 없다. '이것'이란, 레알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를 뺀 다른 팀들이 뛰는 인간계리그에서 1등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인간계라는 표현이 있는건 아닌데 제가 의역)




목요일엔 PSV를 4대2로 이겼고, 일요일에는 마요르카와 2대2로 비겼다. 


그들은 리그에서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주어지는 3위를 유지하고 있고, 유럽대항전에서도 좋은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약간의 불안감과 함께했던 이른 약속과 즐거움은 슬슬 불가피하게 짜증으로 바뀌었다. 


이것이 발렌시아의 올시즌 스토리이다, 아니 정확히는 3시즌동안의 스토리이다. 그리고 그 스토리가 결말에 가까워지고 있다. 


에메리에게 충분히 잘하는 것은 더이상 충분히 잘하는 것이 아니다. 


에메리와 발렌시아는 그들이 만들어낸 성공에 갇힌 죄수가 되고 말았다. 일부는 실패했다고 판단하는 성공말이다.




사실 이것은 조금 잔인하고 불합리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리그의 최장수 감독은 더이상 감독을 할수 없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애정이 사라졌다. 


2월에 에메리는 Winning mentality : the emery method라는 책을 냈다. 많은 팬들은 그것이 조크라고 생각했다.


책속의 조사는 에메리가 스페인에서 가장 효율적인 감독이라고 했지만 팬들은 그것을 더 큰 농담이라고 생각했다.


에메리가 캡틴 썬더(영웅만화책의 기사)로 소개되자, 그들은 그냥 웃어넘겼다.





팬들은 그에 대해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4달전, 발렌시아 팬클럽 회원들은 그에게 편지를 썼다.


"우나이, 우리는 당신을 좋아하지 않아요. 제발 떠나주세요. 애정을 담아, 팬들이"


공손한 어투도 아니었고, 심지어 "완전 구역질난다"라고 했다.


그들은 에메리에 대한 신뢰가 거의 남지 않았다고 했고, 그로인해 팀이 헌신과 용기, 품위와 정체성이 부족하다고 했다.


"우리는 그러한 태도를 참을수 없고, 그런 태도가 우리의 환상과 발렌시아니스타의 감정을 가지고 장난 치는 것을 참을 수 없다.


우리는 태도의 급진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표면적으로는 터무니 없는 말이다. 에메리는 전술적으로 거의 병적으로 연구하고-사실 그렇지 않는 감독들도 많다- 선수들에게 헌신을 요구한다. 그 뒤에는 비디오 분석과 과제가 이어진다.


어떤 선수들은 그런 것에 반대하지만, 에메리는 이야기한다.


"봐라, 사무실에 아침8시부터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서 앉아서 일해야되는 사람들도 있다. 너는 그래도 해 아래에서 조금 뛰면 되잖아? 두시간뛰고, 맛사지받고, 집으로. 더 원하는게 뭐야. 그게 힘들어?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나 아이들에게 물어봐. 너가 학교를 간다면, 여덟시간동안 수학, 물리, 역사 .. 문학!..지리! 자, 이게 너희가 원하는 축구야. 너는 즐기다가 집에가면 되는거야"





이게 먹히긴 했다. 에메리가 처음 왔던 2008년, 발렌시아는 10위로 리그를 마친 상태였다. 그 다음 시즌, 그는 팀을 6위로 끌어올렸다. 


2시즌 뒤, 그의 팀은 3위로 마쳤고 이번시즌에는 잠시 선두에 있기도 했으며 지금은 16주째 리그 3위를 유지하고 있다.


매시즌 그의 스타들을 떠나보내지만, 매시즌 그는 팀을 재정비했다. 


월드컵을 우승했던 실바, 비야, 마타, 마르체나는 모두 팀을 떠났지만, 그들은 다시 새롭게 두명의 선수를 국대로 보냈다.


아무도 그들이 진지하게 타이틀경쟁을 할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는 모든 포지션에서 세손가락, 또는 네손가락 안에 들어갈 선수들을 가지고 있다."라는 에메리의 말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이 차지할거라고 예상되는 순위를 꾸준하게 차지해왔다. 이번시즌에는 코파델레이에서 4강에 진출했다.






더이상 요구할수 없지만, 반대로 이 이하를 기대할수도 없다고 말한다. 이게 발렌시아 팬들과, 그 도시의 생각이다.


발렌시아는 무언가에 대해 항상 더 많은걸 요구하고, 만족하지 못한다. (그리고 이 이론은 풍요로운 땅과 쌀, 오렌지와 햇살에도 적용된다.)


항상 희생양을 요구하고, 그런 태도가 의문이 될때면 대답은 "너가 발렌시아를 알려면 여기에 있어보고 직접 살아봐야 된다."


헥토르 쿠페는 팀이 1위일때도 야유를 받았다 (그리고 그는 2년 연속으로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시켰다.)


키케 산체스 플로레스는 야유를 받았고 결국 경질당했다.


라파 베니테즈는 그만한 대우를 받진 않았지만 항상 루머와 의심, 압박에 시달렸다.


발렌시아 출신의 한 선수는 "여기선 사람들이 나를 씹을걸 알고있다"라고 이야기했다.





3위로 끝내는건 충분하지 않다. 발렌시아는 선두와 26점 차이가 나고, 지난시즌엔 21점, 그전 시즌엔 24점 차이가 났다.


발렌시아 팬들도 마드리드나 바르샤보다 높은 승점을 따기를 원하진 않지만, 그들과 최대한 가까이 붙길 바란다.


그들을 따라잡는게 힘들다는 것이 결국 그들과 가까이 붙기조차 힘들다는 걸 의미하는걸  팬들은 알고 있다.


그것에는 직관적이진 않지만 충분한 설명이 되는 이면이 존재하는데, 발렌시아가 두팀과 가장 가까운 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순위가 더 낮은 팀에게 뒤집힐 가능성이 낮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이번에는 정말 따라잡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있다.




발렌시아는 이미 유리천장을 찍었고, 아마 바닥또한 유리일 것이다. 


동기부여가 문제가 되고있고, 자원에 대한 거대한 차이가 발렌시아가 그들과 경쟁할수 없으면서 그 뒤에 숨을 수 있다는 변명이 되기도 한다.


에메리가 처음부터 완전히 환영 받지 않았다는게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마누엘 요렌테가 매년 그의 계약을 갱신하는게 그를 대체할만한 사람이 마땅히 없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선수들도 에메리를 지겨워하고, 그의 권위가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경쟁력도, 열망도 사라졌다.


기계가 덜덜거리고 느리게 움직이다가 멈추듯이, 그들은 10경기에서 2경기밖에 이기지 못했다.





감정은 사라졌고, 계속 3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기록 외에도 기분이란게 있다.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의 순위는 발렌시아의 야망의 최고치이겠지만 더이상 누구도 그게 최고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3위라는 꾸준한 성공은 그것을 덜 성공적이게 느끼게 만들었다. 더이상 성취감이나 열망이 없다.


트로피가 아닌 목표치는 매력이 없고 실망스런 결말이라는 느낌을 줄 뿐 아니라 긴장감을 떨어지게 만든다.


만약 6위였다가 3위로 마친다면 팬들을 기분좋게 할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승점을 향한 감정, 성취감, 그리고 드라마틱한 질주는 없다.




에메리의 보수적인 성향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이기고 있던 경기에서 미끄러지는 것에는 더욱 그렇다.


2-0으로 지고있다가 2-2로 비기는 것은 기쁘겠지만, 2대0으로 이기고 있다가 2-2로 비기는 것은 그렇지 않다.


불공평할지 모르지만, 팬들이 winning mentality라는 말을 농담처럼 여기는 것도 그 때문이다. 최근의 경기력은 우울하고 힘빠지게 수비적이었다.


때때로 팬들은 그들이 절제력을 잃길 바라지만 실제로는 거의 그렇지 않다. 


단조로움을 깰수 있는 우승컵은 없었고, 그들은 그런 기회들을 놓쳐버렸을 뿐이다.


팬들은 아직도 그다지 잘하지도 않는 샬케를 상대로 챔피언스리그에서 졌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기억할만한 멋진 경기도 없다. 리그의 가장 강팀을 상대로는 무승부 이상의 결과를 낸 적이 없다.




이번 주말, 그들은 야유를 보내고 하얀 손수건을 흔들었다. 시즌 말미에 결국 에메리가 떠날지도 모른다.


그는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모두 했지만 팬들은 그 이상을 요구한다.


스페인 인간계에서 1위를 꾸준히 하도록 해준 에메리의 역할을 인정하는 팬들은 몇 없다.


그리고 아마도 그들이 더이상 그 정상에 서지 못할때, 에메리의 업적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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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올해 열린 리그 13경기에서 발렌시아는 획득할 수 있는 승점 39점 중 14점만을 획득하였습니다.


여기 올라올만한 칼럼인데 없길래 번역해봤어요. 발번역임.


솔직히 제 개인적으로도 에메리를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여기 아문트 회원들이 생각하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발렌시아에 대해 생각하는것도 칼럼에서 나오는 발렌시아팬들의 생각과 비슷할지 모르겠어요.


여기에 나오는 표현들-스스로의 성공에 갇혀버린 죄수들, 유리천장 등-이 맘에 와닿습니다.




아울러 요새 경기력의 문제가 감독의 문제에 있기보다는, 리그 트로피가 아닌 3위라는 목표를 가지고 뛰는 선수들의 동기부여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다음 감독이 누가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정말 3위를 하지 못한다면, 아니 챔피언스리그조차 나가지 못한다면 에메리를 어떻게 평가하게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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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3
불꽃
2012.03.25. 20:23

유리 천장과 바닥 참 좋은 비유네요 현재의 위치를 확실하게 느끼게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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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뭐냐
2012.03.25. 21:25
유리천장과 유리바닥
[그뭐냐]님의 댓글을 신고합니다. 취소 신고
레이시안
2012.03.25. 21:55

동의할 수 있는 몇몇 발언이 보이는군요....


양강과 무승부 이상의 결과를 한 번도 내지 못한 점.

리그에서 동기부여를 잃어버렸다는 점.

에메리의 성향.

팬들의 까다로운 요구와 그 희생양인 감독.

[레이시안]님의 댓글을 신고합니다. 취소 신고
포풍박쥐
2012.03.25. 21:55

정말 공감되는 칼럼이네요

 

우리가 예전의 그 발렌시아가 아니란것을 이해를 하고 선수단을 좀더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는듯

 

만족못하는건 한국팬들이나 발렌시아 현지팬들이나 똑같은가보네요 ㅋㅋ

[포풍박쥐]님의 댓글을 신고합니다. 취소 신고
알비올
2012.03.25. 22:11

발렌시아의 올시즌 스토리이다, 아니 정확히는 3시즌동안의 스토리이다...

[알비올]님의 댓글을 신고합니다. 취소 신고
카나리
2012.03.26. 00:02
에메리 대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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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소드맨
2012.03.26. 00:05

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에메리감독의 재계약 포기라는 말이 나오는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지팬이 조급하다니, 만족하지 못 한다는 표현이 있는데..축구팬이라는 존재가 대부분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아스날만 봐도 올 시즌 초중반까지 극심한 부진에 빠지자, 팀클래스를 한 단계 올려준, 새 구장에 동상을 세워도 부족한 웽거감독을 팬들이 경기장에서 비난하고, 언론에서는 후임 감독이야기가 돌지 않습니까.


발렌시아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일 지금 원래 페이스대로 쉽게 3위를 지키고 있고, 덤으로 유로파 우승을 노릴 상황이라면 이렇게까지 에메리감독의 입지가 흔들리지 않았을 겁니다.


물론 그때도 불만의 목소리가 있겠지만, 결국 모두가 생각하고 있는 발렌시아의 현실론에 묻히겠죠..


결국 에메리 감독의 입지는 지금의 극심한 부진에서 벗어나 3위자리는 확고하게 지키고 유로파 우승까지 해야 유지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우승컵 하나 정도는 들어야 매 시즌 나오는, 반복되는 후반기 부진, 컵대회 한계론이 좀 잠잠해질거라고 생각합니다.

[메소드맨]님의 댓글을 신고합니다. 취소 신고
SlashGunz
2012.03.26. 00:31

그래도 8년만에 유로파 트로피를 들어올린다면 재계약 ㄱㄱ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윗 기사내용에도 있었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으니 말이죠....;;

[SlashGunz]님의 댓글을 신고합니다. 취소 신고
Pablo Piatti
2012.03.26. 00:54
많은걸 다시한번생각하게되네요...
공감가는 부분이나 확실히 와닿는 부분도 많구요
[Pablo Piatti]님의 댓글을 신고합니다. 취소 신고
지요
2012.03.26. 03:16
팬들을 비판하는 건 확실한데 그래서 에메리 옹호를 하는 건지 에메리 비판하는 건지 갈팡질팡이네요. 마지막 문단이 결론이면 바로 전에 비판 내용부분을 앞으로 빼던가.
[지요]님의 댓글을 신고합니다. 취소 신고
지요
2012.03.26. 03:19
현재 상황이 유리바닥은 맞지만 왜 유리천장이죠? 팬뿐만아니라 필자도 깨기 힘든 한계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 같은데
[지요]님의 댓글을 신고합니다. 취소 신고
불꽃 지요
2012.03.26. 06:32

개인적으론 유리천장이라 천장은 닿지않고 하염없이 바라만본다 라고

인식했습니다만 다른분들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올라갈수 있었다면 계단이나 뭐 이런걸로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네요.

[불꽃]님의 댓글을 신고합니다. 취소 신고
Adil Rami
2012.03.26. 19:14

복잡..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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