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자기-산 시로를 떠나며
- MehmetTopal
- 조회 수 1524
- 2012.05.14. 01:55
지금 이 편지에서 여러분이 읽으시게 될 여러 내용 중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 여러분이 꼭 알아주셨으면 하는 내용은 단 하나입니다. 저는 "우리"를 위해 뛰었고, 또 뛰었다는 것. 감정을 공유하지 않은 채로 경기하고 승리를 거두는 데에는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저와 여러분, 우리는 모든 것을 함께 이루었습니다. 함께 소망하고, 고통받고, 기뻐했습니다. 우리는 한 마음으로 각종 우승 트로피며 스쿠데토를 여러 번 들어올렸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같은 방향을 향해 달렸고, 이 사실은 그 누구도 바꿀 수 없는 것입니다.
친애하는 밀라니스타 여러분, 기억하시겠지요. 제가 밀라노에 처음 도착했을 때, 여러분은 제 이적을 몰랐습니다. 저는 호텔방에 몸을 숨긴 채 되도록 밖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제 모습이 보이면 유벤투스와 밀란 간의 거래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적이 성사된 후 첫 몇 주, 첫 몇 달간 여러분은 저라는 사람에 대해 점차 알아나갔고, 우리는 함께 보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사랑에 빠졌지요. 토리노전, 그 날 밤. 여러분들은 화가 나 있었습니다. 피치 위에서는 경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았고, 여러분들은 침묵에 잠겨 있었습니다. 저는 조끼를 벗고 몸을 풀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분이 절 향해 보내주신 함성이 그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고, 챔피언스리그를 향한 길을 틔워 주었으며 결국 이는 맨체스터에서의 승리(*02-03 챔스우승)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2004~5년간 부상 문제로 앤트워프에서 재활할 때 저에게 격려를 보내 준 모든 분들, 그리고 제 생일날이기도 했던 2006년 8월 9일, 레드스타 베오그라드를 상대로 챔피언스리그 본선 진출권을 땄던 그 날 우리 모두가 함께 겪었던 가슴떨림. 이 모든 기억들은 제 마음속 한구석에 늘 간직되어 있을 것입니다.
아테네. 축구가 저에게 준 최고의 선물. 이는 저와 여러분이, 즉 우리가 전심으로 온 마음을 다해 원한다면 우리를 막을 수 없는 건 단 하나도 없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우리가 꾸었던 가장 아름다운 꿈보다도 더 멋진 현실이었습니다. 리버풀을 상대로 이스탄불에서의 패배 후 단 2년만에 2골을 넣으면서 일곱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룬다는 것. 운명은 우리 자신이 감히 꿈꾸지도 못했던 것을 우리에게 가져다주었습니다.
오늘 저는 진심을 다해 베를루스코니 회장님과 갈리아니 단장님에게 감사하고 싶습니다. 그들이 준 자극을 통해 저는 한계를 넘어서 더 강한 사람이 되기를 추구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유스 시절부터 지금까지 제가 뛰었던 모든 팀의 모든 선수들에게도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그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저는 지금의 제가 될 수 있었습니다.
밀란에게 감사합니다. 축구에게 감사합니다. 모두 내 사람들이고 내 것이라고 감히 불러봐도 될까요. 밀란이라는 팀. 보드진 직원들, 밀라넬로의 직원들, 의료팀, 스타디움, 라커룸, 이적이 발표되었던 일요일 유니폼을 흔드는 제 모습을 지켜보며 제가 넣을 골들을 생각하며 몸이 떨렸던 모든 서포터 여러분.
안첼로티 감독님, 안녕히. 그와 함께 저는 모든 대회를 우승했습니다. 저를 따라 전세계를 누볐던 저의 팬들께도, 안녕히. 과거와 현재에 저와 함께했던 제 멋진 동료들도 모두, 안녕히.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더 하겠습니다. 저의 가족에게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감사합니다. 엄마, 아빠, 시모네와 조카 토마소. 가족이 없었더라면 여기까지 절대로 올 수 없었을 겁니다. 언제나 저의 힘인 사람들. 사랑하는 저의 팀 밀란을 떠납니다. 여러분도 아시듯, 인생이란 그런 것이니까. 이제 때가 왔으니까.
인자기의 마지막 편지
출처 : 세리아매니아
이번시즌, 수 많은 밀라니스타들, 세리에 스타들이 떠나네요...
인자기, 알레(델 피에로) 마지막 라운드에서 골 넣었으니 유종의 미를 거두고 떠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