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찌와 쥬키치와 발베르데
- 두디
- 조회 수 3019
- 2014.04.04. 22:08
최근들어 리그에서의 잇따른 승점 획득 실패 그리고 유로파리그에서도 탈락이 유력해지면서 피찌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습니다. 피찌는 부임후 발렌시아를 빠르게 정상궤도를 올리면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세비야전을 기점으로 리그에서는 승리를 거의 못하고 있죠. 개인적으로 지금 피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있어서 언급이 부족하다고 느낀 부분이 경기력입니다. 단순히 경기의 결과, 총 승점만 가지고 의견이 나오고 있죠. 하지만 이미 세비야전 이후로 사실상 챔스 경쟁에서 튕겨나온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건 현재의 눈앞의 결과가 아닌 지금 팀이 다음시즌에 얼마나 할지에 관한 '가능성'. 피찌에 대해 평가하는데도 이부분에 대해서 더 다각도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일단 피찌와 발베르데간의 비교를 해보고 싶은데 사실 이건 한참 피찌에 대한 찬양 여론이 한창일때 지난시즌 발베르데와는 반응이 다른거 같아서 발베르데를 다시 칭찬할겸 피찌에 대한 평가는 좀더 두고 봐야 한다는 내용으로 생각만 했던건데, 굳이 잘나가고 있는데 거기다 그런 말 할 필요가 있다 싶어 안쓴거였다는.. 결론은 같지만 반대의 상황으로 쓰이게 됬네요.
발베르데와 피찌에게서 느낀 다른점을 간단히 표현하면 상위권팀vs잘하는 중위권팀. 발베르데가 수준높은 클라스의 선수들은 바탕으로 무지막지하게 상대방 두드려 패면서 압도했다면 피찌는 안정적인 스타일을 바탕으로 선수들의 기량을 최대한 끌어내는 방향으로 팀을 운영했습니다. 대표적으로 피찌 부임전후가 확연히 다른 선수라면 피아티, 바라간 정도를 들 수 있는데, 이 두 선수의 기량 자체에 대해서는 전이나 지금이나 개인적인 평가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바라간은 전부터 준수하게 평가하고 있기도 했고 피아티는 지금도 한계가 있 선수라고 생각하죠. 마찬가지로 바라간은 원래 테크닉이 약해 볼소유능력이 좋지는 않으나 좋은 피지컬을 바탕으로 한 1대1 수비나 간단한 원투패스로 공간을 잘 파고들어 정확한 킥을 보유한 선수였고 피아티는 공을 치고 밀고 들어가는 스타일과 본인의 몸집과의 괴리로 한경기에 수없이 자빠지나 골대근처에서의 위치선정과 센스로 득점에 근접한 상황에서는 좋은 옵션을 보유한 선수죠. 팀의 축구수준을 올린다면 이 두 선수는 지금만큼 못해줄 것입니다. (중위권 에이스들이 상위권 팀가서 활약이 떨어지는 케이스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피찌는 좀더 낮은 자세로 지금 있는 선수들의 기량을 극대화 시키는 방향으로 팀을 잘 이끌었습니다.
발베르데 시절 레알한테 두들겨맞아도 상대적 약팀과의 경기는 후려패는 반면 피찌는 오히려 하위권팀과의 경기에서 주고받는 분위기 가져가다가 정작 꾸레는 홈에서 때려잡았다는 점에서 상위권vs잘하는 중위권의 특징이 그대로 드러나기도 하죠. 그래서 피찌의 현재 성적은 잘할때 그 잘할수 있던 이유들과 현 상태에 미루어 봤을때 그다지 어색하지 않다는 이야기로 '잘하는 중위권'으로의 플레이에서 나올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봅니다. 발베르데의 성적과 직접 비교하기도 하지만 발베르데에게는 조나스-(폼좋은)바네가-카날레스/솔다도로 이어지는 말그대로 클래스 있는 공격진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마티유, 파레호라는 최상위권 팀들에도 잘 없는 유형의 수준높은 축구에 걸맞는 선수들이 미들과 수비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는 점이 있었습니다.
피찌에 대해 평가의 여지가 있다는 점이 이런 부분입니다. 여기에 대해 두가지 의견을 동시에 할 수 있는데 '피찌는 발베르데에 비해 상황이 안좋았다는 점이 있다.'는 점과 '상황이 좋아졌을때 발베르데가 보여준 모습을 피찌도 보여줄수 있어야 한다.'로 피찌가 현 스쿼드에서 자원을 극대화 시킨 방향은 최선이었지만 한단계 더 높은 단계에서도 잘해줄 수 있을지는 좀더 판단을 미룰 필요가 있다 봅니다. 사실 피찌를 데려온것도 무너진 팀을 일으키는 능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이었죠. 즉 있는 자원 활용을 잘한다는 의미인데 장기적으로는 더 높은 수준의 무언가가 있다는걸 증명해야하니까요.
여기서 현스쿼드이야기를 하자면 일단 겨울 이적시장 때 방출로 인한 비판이 적당하지 않다는 주제로 쓴 글(http://www.amunt.kr/xe/index.php?mid=vcf&search_keyword=%EB%91%90%EB%94%94&search_target=nick_name&document_srl=1397968)에서 이야기 한부분과 같기도 한데 이때 아쉬운 부분에 대해서 한말이
-방출보다는 영입이 더 문제, 하지만 방출 중에서 카날레스의 이적으로 인해 플메가 사라진게 아쉬움
-오스발도와 같은 검증된 스트라이커 영입이 실패하고 오타멘디 딜이 깨지며 센데로스와 비니시우스를 선택한건 아쉬움
즉 2선 플메의 부재와 센터백, 스트라이커 부분을 지적한 것이었는데 그게 교묘하게 부상과 엇물리면서 지금 문제가 되고 있죠. 특히 2선 플메의 공백은 꽤 치명적이라고 보는데, 피찌가 현자원을 이용해 이를 최대한 극복한것이 바르가스를 세컨탑으로 두고 양 측면에서의 다이렉트한 플레이를 강화하였고 이게 처음에 먹혀들어간 것입니다. 바라간-페굴리의 간단한 호흡으로 공간을 만들고 정확히 골문앞으로 공을 보내 득점을 하는 패턴은 피찌 이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패턴이었죠. 하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건 2선 플메가 없어도 공을 지속적으로 소유하고 전방으로 공을 공급할 수 있는 미들진. 여기서 로메우의 부상이 얼마나 컸는지에 대해서 알수 있죠. 로메우-파레호 라인은 두명다 공을 소유하고 직접 공격에 가담하는데 있어서 상당히 훌륭한 선수들입니다. 그렇기에 2선에 카날레스, 바네가와 같은 선수들이 없어도 원할하게 공격진에 공이 공급될수 있던 것이죠. 하지만 로메우의 부상이 있었고 이시기는 실제로 페이스가 떨어진 시기와 겹칩니다. (중간에 피아티나 페굴리가 잔부상이 있었다는 점과 센터백들이 끊임없이 부상당했다는 점도 있고요)만약 전방에 플레이메이커가 있다면 로메우의 공백이 지금처럼 크지 않다고 보지만 이적시장에서 다 떠내보낸 상황과 로메우 장기부상이 맞아떨어지면서 공이 전방으로 공급되지 않는 현상이 일어난 것. 대신 최근경기에서도 여전히 일단 공격진에 공이 공급되었을 시 꽤 괜찮은 공격과정으로 기회를 창출해내는 모습이 나옵니다. 여기서 아까 말한 '가능성'의 관점으로 본다면 중원에서 공을 공급해줄수 있는 자원이 또 존재한다면 다시 잘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거죠.
감독이 좋은 감독이냐 아니냐 판단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팀 스쿼드에 자신의 색깔을 얼만큼 적용할 수 있느냐라고 봅니다. 능력있는 감독들의 공통점은 팀을 옮겼는데도 불구하고 팀의 스타일이 신기할정도로 비슷하다는 점. 그만큼 자신의 색깔이 뚜렷하고 그걸 팀에 녹여내는 게 훌륭하다는 거겠죠. 발베르데를 찬양하는게 이게 확실히 됬던 감독이라는 점입니다. 지금 빌바오도 보면 지난시즌 발렌시아가 하던 축구를 하고 있죠.
반면 쥬키치는 다 안됩니다. 쥬키치 경기력은 역대급이었죠. 초반 몇경기에서는 슈팅조차 거의 하지 못함. 또 선수 기용 면에서도 전혀 이해가 안갔던게 일단 시즌 초에 현 최고의 선수 두명인 파레호와 마티유를 제외시킨거부터 일단 미친짓이었죠. 센터백으로 잘뛰던 마티유 갑자기 왼쪽에 두질 않나.. 그 이후에도 한경기 어쩌다 이기면 무조건 그 스쿼드로 일정 상관없이 그대로 돌리던게 쥬키치였죠. 피찌의 경우에는 자신의 색깔을 발렌시아에 녹이는데 성공하였고 선수 기용도 무난하게 하고 있다는 점이 쥬키치는 무조건 짤랐으면 한 반면 현시점에선 아직까지 피찌를 긍정적 시각으로 보게 되는 원인입니다. 경기 내적인건 좋다면 결국 그 이외의 문제점을 해결했을때 언제든지 다시 좋은 모습 보여줄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 사실 그래서 국대 한참 지고 다닐때도 꽤나 좋게 본게 올림픽에서 보여준 색깔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고 경기력이 괜찮아서였죠.
결론
피찌의 축구의 성격을 보았을때 지금의 부진은 잘할때와 비교해 근본적으로 다른점이 아니라 통하는 부분이 있으며
평가는 이르지만 가능성은 보여줬다 보기에 더 지켜보면서 다른 상황에서도 잘할수 있을지 봐야할듯 싶음
그리고 윗분 말씀대로 작년 바네가와 카날레스가 말씀하신 2선플메 역할을 엄청나게 잘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윗분과 같고요..
마지막으로 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좋은 감독은 있는 스쿼드에서 최대한의 능력, 결론적으로는 성적을 끌어내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는 피감독 현재 모습은 확실히 작년 발베르데에 비해 부족한건 당연하고 듀감독 수준은 아니나 만족스런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